최근 들어 러시아 전쟁과 각국의 친환경 정책 등으로 에너지 및 원자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원자재 중에서 철 이외의 금속을 뜻하는 비철금속에 대해 살펴볼 것인데요. 과연 비철금속 산업은 어떤 것이며, 최근의 러시아 전쟁은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비철금속이란 철 이외의 금속으로 구리, 알루미늄, 니켈, 납과 같은 금속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흔히 구리(Cu/전기동), 알루미늄(Al), 아연(Zn), 납(Pb/연), 니켈(Ni), 주석(Sn)을 6대 비철금속이라고 부르는데요. 국내의 대표적인 비철금속 기업으로는 LS-Nikko 동제련, 풍산, 고려아연, 영풍 등이 있습니다.
비철금속과 관련된 기업이라고 하면 크게 정광*을 생산하는 광산과, 이를 제련하여 판매하는 제련업체, 그리고 비철금속을 활용하여 제품을 만드는 가공업체가 있습니다. 제련업체인 고려아연으로 예를 들어보자면, 고려아연은 제련에 필요한 정광을 광산으로부터 구매합니다. 그리고 아연을 생산하여 포스코와 같은 가공업체에게 판매합니다. 아연은 철에 도금되어 부식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포스코와 같은 철강 기업이 도금된 철을 만들어서 현대중공업과 같은 조선사에게 판매하는 것이죠.
* 정광(精鑛)이란?
정광은 쉽게 금속의 원석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요. 보통 광물을 캐면 필요한 성분이 100% 들어있지 않습니다. 아연은 광물 1kg에 50g 정도의 아연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고, 이렇게 광물 안에 들어있는 필요 성분의 함유량을 품위(品位)라고 합니다. 아연의 품위는 약 5%인 것이죠. 광산 업체가 채굴 후에 여러 물리적, 화학적 공정을 거쳐 광물의 품위를 높이면, 해당 광물이 가공 가능한 '정광'이 되어 제련업체에게 판매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비철금속 산업의 수익 구조는 여타 산업과 비슷해 보입니다. 이러한 유통 구조는 보통 제품을 가공해서 판매한 금액(정가)과 원자재 가격(원가)을 뺀 것이 수익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실제 제련업체는 보다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설명을 위해 광산 업체 '호구리광산', 아연 제련 기업 '너구리제련', 철강 기업 '호박철강'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연 가격이 톤(t) 당 $2,000일 때, 너구리제련은 호박철강에게 1t의 아연을 판매했습니다. 아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호구리광산에게 원자재를 구입해야 하는데, 제련 업체는 원재료에 대한 절대액이 아니라 판매된 가격의 Payable ratio라 불리는 특정 비율만큼 광산업체에게 지불합니다. 비율이 80%라고 하면, $1600 만큼 호구리광산에게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광산 업체는 돈을 받기 전에 제련 업체에게 제련 수수료(TC, Treatment charges)만큼 깎아주는데, 정광 1t 당 수수료를 $20라고 가정하겠습니다. 보통 아연 정광의 품위가 5%라고 했으니, 1t의 아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20t의 아연 정광이 필요합니다. 그럼 너구리제련은 20t의 정광을 구입해야 1t의 아연을 판매할 수 있고, 호구리광산이 너구리제련에게 받는 돈은 $1600에서 20t의 제련 수수료 $400($20 x 20)를 뺀 $1200입니다.
그리고 만약 아연의 수요가 높다면, 너구리제련은 호박철강에게 프리미엄을 붙일 수도 있습니다. 프리미엄이 1t 당 $150라면, 너구리제련의 매출은 총 $2,150가 되는 것인데요. 결국 제련 업체의 수익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총 5가지의 지표(아연 가격, payable ratio, 제련 수수료, 정광 품위, 프리미엄)를 확인해야 합니다.
(1) 구리
구리는 잘 늘어나고, 잘 펴지고, 열을 잘 전달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부식에도 강하기에 건물이나 전기부품은 물론 가전제품이나 의료기기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요. 전방산업별로는 기계설비가 31%, 건설이 28%, 인프라가 16%의 수요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세계 구리 광산 생산량의 약 40%는 남미의 두 국가인 칠레와 페루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광산 생산량 비중은 8%지만 정련 생산량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으며, 한국은 광산 생산량은 없지만 약 3%의 정련 생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2) 알루미늄
알루미늄은 철 다음으로 많이 사용되는 금속으로, 매우 가볍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경량성 덕분에 항공기, 선박, 차량의 주요재료로 가장 많이(약 28%) 사용되며, 알루미늄 박(포일)과 각종 용기 및 건축 자재, 전선 등으로도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알루미늄 생산에 필요한 보크사이트는 기니(23%)와 중국(19%), 브라질(9%)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정련된 알루미늄의 생산량 비중은 중국(57%), 인도(6%), 러시아(6%) 순입니다.
(3) 아연
아연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용도는 도금으로, 전체 소비의 약 50%를 차지합니다. 대표적으로 철에 도금되어 철이 부식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그 밖에는 다른 금속과의 합금 형태로 가공되어 다양한 산업에 사용됩니다. 아연의 광산과 제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국가는 중국이며, 고려아연과 영풍 등의 아연 제련업체들을 보유한 한국은 생산 국가 2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4) 납
납은 부식이 잘 되지 않는 청색 또는 은회색을 띠고 있으며, 부드럽고 유연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가공과 색상 변형이 쉬워서 축전지, 배관, 합금, 페인트 및 도자기 유약 등 산업계에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는 금속입니다.
(5) 니켈
스테인리스 스틸(STS) 원료로 많이 사용되는 니켈은 쉽게 변형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식기, 수저, 컵 등에 약 8%가 포함되어 있으며, 전기통신기 재료로서도 널리 쓰입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며 더욱 각광받고 있죠. 니켈 정광 생산량이 높은 국가로는 인도네시아(32%)와 필리핀(14%), 러시아(10%)가 있습니다. 정련 니켈 생산량은 역시 중국(29%)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로 인도네시아(25%)와 일본(7%)이 있습니다.
(6) 주석
주석은 쉽게 변형하고 녹일 수 있다는 특성이 있습니다. 납과의 합금으로서 전자제품의 회로를 연결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되며, 그 외에도 여러 주석 합금들이 종, 파이프 오르간, 식기와 장식품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됩니다.
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물가가 더욱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어보신 분이 많을 것입니다. 실제로 러시아 전쟁과 이로 인한 러시아 제재는 비철금속 가격을 빠르게 상승시켰고,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산업에 사용되는 금속 가격이 상승하자 물가 역시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니켈과 알루미늄은 러시아 제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니켈 정광 생산 비중의 10%를 차지하는 3위 국가이고, 정련 니켈 비중 역시 6%로 4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니켈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업체도 러시아 기업이죠. 정련 알루미늄은 러시아가 6%를 차지(글로벌 3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제재되자 해당 금속들의 공급이 줄어들고 가격이 상승하게 된 것입니다.
이외에 러시아의 비중이 크지 않은 다른 금속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바로 에너지 이슈 때문인데요. 러시아 전쟁 이후 LNG 및 전력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생산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아연과 같은 비철금속들이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도 유럽의 아연 및 알루미늄 업체에서 감산 발표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은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비철금속 산업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저는 이번 콘텐츠를 준비하며 우리의 일상 속에 생각보다 다양한 금속들이 사용되고 있고, 원자재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참고 자료
- 하이투자증권: https://www.youtube.com/watch?v=Z0t_9ulcJ0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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